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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눈가에 주름이 많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놀부 작성일10-02-01 08:57 조회1,939회 댓글0건 내용복사  즐겨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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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ㅡ남이 하기 싫은 장사를 해야 우리식구가 산다.ㅡ

제대하고 10년동안 장사를 하다가 집사람을 만났다... 아이가 태어나고..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슨 장사를 할것인가.? 를 고민하던중에 내린 결론이다.그래서 시작한것이 절임업에 즉석
반찬이었다..그런 결정을 하기에 유리했던 조건이 어머니가 노점에서 반찬장사를 하고있었고
나 또한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를 했다는 것이다..성격도..해야지.하면 당장 밀어부치는
그런 타입이었다.새벽달보고 출근하고 퇴근해서 밥한술 뜨고나면 12시..추억이 없는 20년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그리고..2년전 이맘때 장사를 접었다.

아내가 거울앞에 앉는 횟수가 잦아졌다.
눈밑에 지방이 늘어져서 깊게 패인 주름이 신경을 거슬리나보다.
본인이 보고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끝말은 항상..똑같다.
손가락으로 치켜올리며..

"이것만 없어도..10년은 젊어 보일텐데.."

그때는 왜그리 춥던지..새벽 작업장 빗장문은 손을 대기가 무섭게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오늘 팔 물건을 상차하고, 방문을 열면.. 새우처럼 구부린채 입가에 침을 흘리며 곤한잠을
자는 아내를 깨우기는 커녕 바라보기조차 미안했다.당시..우리에겐 오로지..돈..돈이
전부였다.작은 기침소리 한번에 아내는 눈을 뜬다.이내 시계를 힐끗본후,후다닥..
늦었다며,옷을 입는다.어제도 거울한번 못보고 시장에서 얼굴에 물칠만 하더니..
내복위로 껴입는 오천원짜리,솜든 몸빼바지엔 고춧가루며 물엿이 몸빼바지 꽃무늬와
사이좋은 형제처럼 묻어있다.일년중에 쉬는날은
추석,설날 뿐이었다.

나는 발가락이 얼고 아내는 얼굴이 얼었다.

나는 따듯한곳에 가면 발가락이 간지러워서 사정없이 비벼댔고 아내의 얼굴엔 불꽃이
타올랐다.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기름값도 안될망정 다음을 위해 열심히 배달했다.
아내는 나보다 더했다.장터에서 배달을 원하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양손에 깡통(15키로)
을 하나씩들고 뛰어갔다.양쪽 엉뎅이가 위치를 바꿔가며 씰룩거리는것도 모른채..

주변 상인은 물론,단골손님들이 걱정을 많이했다.그러다 병나면 손해라며., 적당히 하라고..
그래도 아내는 웃었다.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안다.앞치마에 손한번 넣어본후 웃는그 의미를..

몇번을 눈가에 늘어진 주름을 수술하라고 했다.

한다고,할거라고.. 말로만 한다.요번달은 세금이 많아서..딸아이 옷값이 많이 들어서..
본인의사로 결정하긴 힘들다."요번에 안할려면 하지맛." 우격다짐으로 얼마전에 견적을
뽑아보고 오늘 수술을 했다.대략 3시간을 예측했는데,4시간이 걸렸다.눈에 붕대를 감고,
마취가 덜풀린 상태로 회복실로 내려왔다.의사를 찾아가 왜 늦었냐고 물어보니 나이와
신체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집사람이,마취 상태에서 말을 한다.살아오면서 가장
좋은곳에서 놀다왔다고..

깜짝놀라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니,입가에 천진한 미소를 띄우며 진짜 좋은곳인데..
라며..말을 흐린다.얼마나 좋은곳일까.?나는 아내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그렇게 천진한
미소를 본적이 없다.

마취에서 깨어나 소변이 마렵다고 한다.

영양젠지 뭔지 주사기를 꽃고 눈엔,붕대를 감은채로 화장실을 갔다.좌변기에 앉히고
소변을 보는데오줌양이 엄청나다.나는 이미 아내에겐 남자가 아닌가보다.씨익
웃으며 휴지를 건넨다.다행이다.마취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오늘 새벽까지의 아내
본연의 얼굴로 되돌아 오고있다.수술 들어가기전,간호사가 아저씨는 볼일보고
오라길래 청계천가서 작업복 바지나 몇장 살려고 했더니,수술하는 사람을 두고
어데가냐고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던 그얼굴..그모습으로..잠시뒤 붕대를
푸르고 거울을 본다.멍자국에 실밥에..다행이 주름이 안보이길래.내가 깨끗하게
잘됐다고 하니,자신도 마음에 들었던지 만족해 하더니..이얼굴로 집에 어떻게
들어가냐고 걱정이다.어머니가 이얼굴 보면 어떻게 하냐고..

아버지는 연좌제로 인해 백수고 어머니는 20대 후반부터 42년을 장사를 하셨다.

몇년전 노인들 노령수당을 받기위해 신청을 했더니 재산이 있어서 안된다고 한다.
통장에 있는돈을 내앞으로 해놓고 그돈을 수령하자고 했더뉘..잠시..내얼굴을 보시더니.
그돈 안받는다고 하신분이다.형제들 매달 용돈이 늦어지면..전화하신다.잊어버릴게
따로있지.날짜를 어기면 여지없이 이어지는 역정이다.옷은 옷장에 넘쳐나는데도
옷이 없다고 하신다.속회라도 집에서 하는날엔 집사람도 비싸서 쉽게 못사먹는
귀한것만 주문하신다.내가 나서면 상황을 반전 시킬수도 있지만,잘못 나서면 한번
매섭게 째려본후,삼일 밤낮을 얼굴을 이불속에 숨키신다.그러면 나는 이불속에서
어머니 얼굴 나오게끔 삼일 밤낮을 재롱을 떨어야 된다.ㅠㅠ 아내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원하면 원하는대로 해드렸고,간혹 외식이라도 따로 할라치면 어머니는.?'걱정이 먼저
앞섰다.그렇게..82년째 본전회수를 하시는..흑흑..불쌍하신 우리 어머니..

내가 큰소리쳤다.

"여보..이젠 우리 어머니 눈치좀 덜봐도 돼. 못할거 한것도 아니고..신경꺼."

엊저녁부터 미리 시간맞추려고 연탄불 갈았다.오늘, 다섯시에 일어나 12시간 버틸수
있도록 두장씩 채워놓고 샤워하고 출발~ 여주를 지나면서부터 배가고프다.그렇타고,
엊저녁부터 굶은사람 놔두고 혼자 먹을수도 없고 수술 받는동안 먹는다는게 시간을
넘겨서 그런지 입맛이 까칠한게 생각이 없다.아내가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보니 네시다.

집으로 오는길 만남의광장에서 불고기버거 2개 옥수수 2개 감자튀김 1봉지를 샀다.
물론 블랙커피 두잔하고..뭐를 이렇게 많이 사냐고 그런다.

"당신 어제부터 굶었자나.."

꿰맨 실밥이 어렴푸시 비추고 멍이 시퍼런 눈빛이 잠시 내얼굴을 흩어본다.
잠시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듯 하면서..

"좋은남자 만나서 10년은 젊어졌네."

좋은남자.? 그말이 귓전을 맴돈다.

고생은 지랄같이 해놓고.

좋은남자라고..

누가..?

주위를 둘러본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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