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5월2일 주한 벨기에 반호버(Vanhove) 영사는 대한민국 보건사회부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한국아이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자료 국가기록원
1978년 5월2일 주한 벨기에 반호버(Vanhove) 영사는 대한민국 보건사회부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한국아이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자료 국가기록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70~1990년대 한국 아이의 국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입양기관의 불법행위 및 한국 정부의 공모·묵인 의혹을 밝히기 위한 대규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1970년대 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입양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입양기관 행태에 항의하며 개선을 촉구한 대화가 담긴 문건이 확인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불법 해외입양이 만연하게 된 배경에 한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서로 평가된다.

12일 한겨레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한 1974~1981년 외무부 작성 ‘고아 국외입양’ 관련 대화록 문건을 보면, 당시 벨기에 정부가 불법 브로커 개입 등 한국 아동 해외입양을 둘러싼 문제를 수차례 제기했으나 한국 정부가 묵인한 정황이 여럿 확인된다. 다급해진 벨기에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했다.

광고

“한국 대사들에게 충고했는데 아무 조처도 없다”

1978년 5월1일, 주한 벨기에 영사 반호버(Vanhove)는 한국 외무부 구주(유럽)국장을 만나 “홀트양자회(홀트아동복지회)와 관련을 맺고 일하는 레바논 태생의 본(Born)이란 여자가 1인당 800~1200달러를 받고 한국 고아들을 (벨기에에) 팔고 있다”며 사안이 시급하니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이런 얘기를 전하겠다고 말한다. 벨기에는 1970년대 후반까지 미국·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에 이은 최다 한국아 입양 국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