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야간에 문 연 약국 많지 않아"
의사단체 "졸속 행정" 비판 목소리

정부가 휴일?야간 시간대 진료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을 원칙으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휴일?야간 시간대 진료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을 원칙으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휴일이나 야간 시간대 비대면진료 허용이 골자다. 이번 발표를 두고 업계에선 약 배송이 빠졌다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단체 반발도 심해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복지부 "의료접근성 높이기 위한 결정"

지난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비대면진료 대상환자 범위가 조정된다. 6개월 이내 대면진료를 한 적이 있는 환자는 의사 판단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또 휴일?야간 시간대에는 진료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진료가 가능했다.

복지부는 "물리적, 시간적 의료접근성을 높여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을 원칙으로 한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후 비대면진료 서비스 제공 업계는 이용 환자가 늘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약을 받기 위해선 여전히 약국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이기도 하지만, 빨리 약을 처방받고 싶어서다. 약 배송이 안되는데, 환자가 계속 이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가 된다고 하면 환자 대부분이 약 배송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진료를 받은 후 약 배송이 안 돼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공심야약국이 있다는 복지부 설명에 대해선 "실제로 야간에 문을 연 약국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참여 의료기관 수가 중요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기준 25개 자치구에서 34곳이 공공야간약국으로 지정돼 참여 중이다. 운영시간은 밤 10시~새벽 1시다. 문을 열지는 약국 재량이다. 이 관계자는 "이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은 공공심야약국으로 등록된 약국 수보다 적다"며 "야간에 동네 약국에 가서 약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는 의료기관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15일 이후 얼마나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 이후 의료단체들이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어 휴일·야간 진료 참여 의료기관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방안은 초진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과 다름이 없다"며 "이는 비대면 진료 과정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을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방안을 졸속으로 마련해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오는 6일 '비대면 진료 확대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 소속된 의사 수는 4만여명이다. 

제약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초기와 달리 전향적인 태도로 정부와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갑작스런 발표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