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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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유맨 작성일12-11-03 09:02 조회394회 댓글1건 내용복사 즐겨찾기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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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춥네요. 가을도 없이 그냥 겨울이 와버린거 같네요.
저희 어머니는 지금 투병중이십니다. 연세는 곧 희수를 바라보시네요.
뇌경색에 이런저런 합병까지 오셔서 몸이 많이 망가지셨더군요.
때마침(?) 저도 집에서 백수짓하느라 어머니와 시간을 보낼일이 참 많습니다.
걸음도 조금씩 불편해지시고, 한손이 슬슬 맘대로 안되신다고 투정부리실때는 애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침마다 눈뜨면 하시는 일이 있습니다. 기도를 하시는거지요.
전 무교라 어머니가 기도하고 계시는걸 문틈으로 보면서 그냥 기도를 하시는거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날씨도 추운데 성당에서 봉사를 간다고 주섬주섬 뭔가를 챙기십니다.
날도 춥고 몸도 불편한 사람이 어딜 가냐고, 봉사를 받아야 될 사람이 누군데 하면서 말리니
"손발 없고, 밥도 못먹는 사람보단 내가 훨씬 낫다. 밥 챙겨먹어라." 좀 민망해지더군요
집에 있는 잡일들이랑 간단한 청소, 빨래를 하고 커피나 한잔 마실까 하고 식탁으로 갔습니다.
식탁 위에 종이가 한장 있더군요. 꾸깃꾸깃.. 어머니가 쓰신 쪽지였습니다.
어머니는 글을 못쓰십니다. 읽는건 제대로 하시는데 쓰는건 어렵다고 하시네요.
교육원같은데서 배우시긴 해도 연세가 그러다보니 한계가 있는거 같습니다.
비뚤비뚤... 한자 한자 힘들여 쓰신게 느껴졌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몸이 이 모양이라 미안하다.
날씨도 추워지고 마음도 쓸쓸하구나. 집에서 내 뒷바라지 한다고 고생이 많다.
내가 빨리 없어져야 아들이 편해질까 싶구나. 아들 앞길 막는 엄마가 제일 못난 엄마인데.
엄마가 미안하다. 우리 아들 집에만 있지말고 나가서 하고 싶은거 해봐라."
쪽지 안에 만원짜리 한장이 들어있네요. 간만에 소리내서 펑펑 울었습니다.
시원해집니다 ㅎㅎㅎ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네요. 진작에 이렇게 한번 울어볼걸 그랬군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기도하실때 옆에 있던 종이에 한참동안 적으신 모양입니다.
어머니랑 이렇게 많은 시간을 가진적이 언젠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참 죄송스럽습니다.
취직이야 어떻게든 되겠지요. 눈높이도 낮추고 어떻게든 먹고 살 방법이야 생기지 않겠습니까.
지금 옆에 계신 부모님에게 편안한 웃음드릴 수 있는 그런 하루가 되길 빌겠습니다.
댓글목록
짠하네요님의 댓글
짠하네요 작성일허참~~~아침부터 오십이 다된 사람이 눈물 흘릴뻔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