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할 때 우유팩과 멸균팩(내부에 알루미늄이 코팅되어 있는 종이팩)을 종이류에 포함해서 배출해도 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우유팩과 멸균팩은 기본 재료가 종이이긴 하지만 안팎이 코팅되어 있어 별도 처리 과정을 거쳐야 재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종이팩 재활용률은 20%에 그치고 있다.

경남 도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가게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23일부터 종이팩 수거 재활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도내에서 종이팩을 수거하는 가게는 △창원시 용호동 '하루한알' △창원시 사파동 '주책방'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리앤하우스' △창원시 진해구 '꼬북이모자' △거제시 옥포동 '용기내리필' △진주시 초전동 '슈가' 등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모든 자원과 제품의 재사용·재활용을 지향한다.

주선경(38) 주책방 대표는 창원시 사파동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한민 작가의 책 <아무튼, 비건>과 홍수열 작가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주 대표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해 제품을 재탄생시키는 것) 제품을 만드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거 캠페인을 한 차례 진행해 본 그는 "오늘 당장 종이팩이 많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주민센터에 종이팩을 가져다주면 휴지로 바꿔주는데 이것마저 멸균팩은 포함하지 않는다"라며 "수거하는 거점이 많아져야 도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에서 개인이 친환경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우리 사회, 환경에 좋은 영향력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개업한 '하루한알' 창원용호점도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미현(30) 하루한알 대표는 "자녀들과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고민했다. 또 지인들이 배달음식점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시장에서 용기를 내미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냈다"면서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개업 준비를 하면서 제로 웨이스트 도매 상점 연합회를 알게 돼 소통하게 됐다. 연합회에서 '멸.종.위기 캠페인'을 접하고 멸균팩이 종이류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미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개업하자마자 캠페인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업하자마자 3명의 손님이 종이팩을 갖고 왔다. 생각보다 주민들 반응이 빨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멸.종.위기 캠페인'은 멸균팩·종이팩 위기탈출의 일부 글자를 따 만든 명칭이다.

이 캠페인으로 수거된 멸균팩·종이팩은 세종시에 있는 주신통상에서 재활용한다. 멸균팩의 비닐과 은박지는 파이프로, 나머지 펄프는 종이수건으로 재활용한다.

이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영업직으로 4년간 근무할 때 쌓은 경험과 화장품 관련 지식을 토대로 친환경 제품을 입고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친환경의 편의점화가 목표다.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동네 주민들 삶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일반 파지의 재활용 과정에서 재질 구조가 다른 살균팩과 멸균팩이 섞여 들어가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종이팩 포장재에 대한 분리배출 표시는 '종이팩' 표시 대신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으로 구분하여 표시하도록 했다. 멸균팩 별도 표시와 더불어 이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분리배출 표시 제도는 개정안 시행일인 2022년 1월 1일 이후에 새로 출시 및 제조되는 제품·포장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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