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밀집지역인 경남 김해와 양산신도시에 여름 들어 계속되는 심한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김해 율하신도시 주민들은 최근 더운 날씨에도 심한 악취로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있다. 악취는 축사나 하수처리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고약한 냄새로 심할 경우 두통도 유발하고 있다.

악취는 주로 아침시간대와 해가 지고 난 저녁 무렵에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날씨가 흐리거나 습할 때 악취가 더욱 심하다. 율하신도시의 한 주민(54)은 "지난 주말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냄새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면서 결국 잠을 설쳤다"며 "예전에는 어쩌다 가끔 약한 냄새가 나곤 했으나 올해는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축사·하수장 냄새와 비슷
주민들 밤잠 설치고 두통
민원 급증에 대책마련 불똥
양산시 '악취 제로' 선언도

문제는 악취의 근원을 알 수 없다는 것. 김해시는 주민들의 민원제기에도 불구하고 대안 마련은커녕 원인 규명에도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최근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악취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을 접하고 악취 진원지로 예상되는 주변 축사 등을 상대로 원인을 규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양산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산지역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악취민원이 잇따라 올 상반기(1~6월) 동안 25건이 접수됐다. 악취 민원이 여름과 가을철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40~50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0년 130건을 최고로, 2011년 107건, 2012년 57건, 지난해 28건으로 해마다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악취 민원이 많이 접수된 곳은 수질정화공원(하수종말처리장)이 위치한 양산신도시와 폐수처리장 인근 등이다.

양산시는 올해 초부터 양산신도시와 원도심, 웅상출장소지역에 건립 중이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외지 주민들이 신고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시는 '악취제로'를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악취 상황실을 '악취제로 5분대기조'로 확대하기로 하고, 악취민원이 접수되면 5분 내에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영남권에서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인 U-악취감시시스템을 2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시는 고질적인 악취민원 발생지인 양산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신기·북정동 등 원도심 일대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수질검사와 생활하수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생활하수의 양산천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함안군도 악취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군은 가야읍 산서리와 산인면 부봉·송정마을, 함안면 등지에서 축산 및 하수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에 나섰다. 함안군은 악취 저감효과가 높은 톱밥 돈사로의 전환, 미생물 배양액(EM) 살포 확대 등의 악취 저감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성훈·정태백·김태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