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여성육아 > 여자들에게 물어요 > 어느 40대의 고백

본문 바로가기
여자들에게 물어요

어느 40대의 고백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남편 작성일10-09-29 13:52 조회1,183회 댓글0건 주소복사  내용복사  즐겨찾기 

첨부파일

본문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며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일을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 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제쳐놓고대답부터 해야하고 

이제는 중학생 이 된 큰놈들 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죽이며 들어야합니다.




막내는 눈 높이에 맞춰 놀이 동산도 가고. 

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땅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님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제대로 못 부쳐드리는 불효자식입니다.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 한번 찾아 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40대 직장 (중견) 노동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40대
남자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날은 저 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뒷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없는 돈을.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가장
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무거운 아빠,

나는 어머님의 불효 자식. 

나는 고개 숙인 40대 직장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줄

아는 40대 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터넷언론사 등록정보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아00028

제호 : 장유넷

등록년월일 : 2006-06-09

발행년월일 : 2006-06-09

편집인 : 박동현

편집인 : 박동현

사업자등록정보

주소 : (50989) 경상남도 김해시 번화1로84번길 34, 305호(대청동, 네오프라자)

사업자등록번호 : 615-81-44060

상호명 : 주식회사장유넷

TEL : 055-313-9924~5

FAX : 055-313-9922

E-mail : jsinmun@daum.net

웹하드 : 바로가기(jangyunet/3139924)

계좌번호 : 농협 817041-51-002964


Copyright © 2003-2012 by Jangyu.net All Rights Reserved.
* 장유넷의 모든 내용과 포맷의 저작권은 주식회사장유넷에 있으며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Since 1997. 07

41110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