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른보다 몸에 열이 많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아이를 더운 방에서 이불로 꽁꽁 싸둔다면? 당연히 열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아이를 차게 키우면 당장은 체온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피부와 몸속 온도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 ‘저체온’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실내를 지나치게 따뜻하게 유지하면 감기, 비염 등 잔병치레가 잦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몸의 근육과 신경의 긴장도가 떨어지므로 인체 면역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피하지방층이 두껍다. 따라서 외부의 추위가 몸으로 전달되는 것도 그만큼 적을 뿐 아니라 몸의 에너지도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문제는 아이를 따뜻하게 키우면 이런 지방 조직이 잘 늘어나지 않아 추위를 쉽게 타는 체질이 된다는 것. 따라서 어느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서서히 길러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추운 날씨에 적극적으로 아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체온과 외부 온도의 차이가 많이 나 감기 등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차가운 외부 공기로 몸이 차가워지면 말초 혈관이 수축되어 혈액순환이 활발하지 않다. 전문의들이 발이나 손, 배, 허리 등의 부위를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권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다. 아이를 따뜻하게 키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피부 보호를 위해서다. 차가운 공기가 아이들의 연약한 피부에닿으면 쉽게 수분을 빼앗겨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아이를 차게 키우면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지만 이는 별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다. 겨울철이 되면 전에 없던 피부건조증이 생기거나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더라도 차게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키우면 된다고 말한다. 겨울철에 신생아가 열이 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너무 꽁꽁 싸두어서 탈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후 3개월 미만 신생아에게 차가운 분유를 먹이거나 옷을 얇게 입히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소화기관에 탈이 나기 십상. 따라서 차게, 혹은 따뜻하게만 키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차게 키우는 것이 추위 면역력을 키우고 피부가 튼튼해지는 등 이점이 많지만 아이가 음식을 소화시킬 때나 잘 때, 아플 때는 자칫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 것. 배가 차면 장의 연동운동이 촉진돼 설사나 복통이 일어나기 쉽고, 열이 날 때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근육이 수축되어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이는 것이나 아이가 잘 때 ‘배’는 꼭 덮어주라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겨울철에 신생아가 있는 실내의 온도는 20℃, 유아는 22℃ 내외로 유지하고, 여름철에는 26~28℃가 적당하다. 또 요즘 같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어른보다 옷 한 겹을 더 입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