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김해뉴스 > 씹을수록 고소·담백한 풍미… 율하동에서 만난 진짜 ‘프랑스 바게트’

본문 바로가기
김해뉴스

씹을수록 고소·담백한 풍미… 율하동에서 만난 진.. _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해뉴스 작성일17-04-21 09:45 조회599회 댓글0건

본문

▲ 프랑스 정통 바게트를 재현하는 율하동 빵집 '하루'의 최유라(왼쪽)·김효빈(오른쪽) 대표가 아들을 안고 밝게 웃고 있다.


하루 (Since 2016)

 


항공정비 일본 유학 갔다 제빵 전업
호주 건너가 프랑스 셰프에게 ‘사사’

천연발효종 르방 사용해 ‘최고 바게트’
그날 만든 제품 당일에만 파는 철학도

‘장발장’ 깜빠뉴, 딱딱한 에삐도 인기
“한두 종류만 만드는 작은 빵집이 꿈”



'한국에는 '진짜' 바게트가 없다?'
 
'바게트'라는 이름을 단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수두룩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정통 프랑스 바게트가 없다는 말이 있다. 겉은 단단하면서 속은 부드러워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바게트의 참맛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통 바게트는 '같은 빵에서 이렇게 다른 질감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겉과 속이 다른 반전의 맛을 주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바게트는 겉은 덜 단단하면서 속은 더 질겨 바게트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율하동 주민들은 참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프랑스 정통 바게트의 맛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게트를 주메뉴로 내세우는 빵집 '하루'가 바로 그곳이다. 이 빵집은 율하2로 11번길 17, 율하카페거리 중앙에 있다. 하얀 천막에 '하루'라고 적혀 있는 59㎡(18평)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다. 대충 보면 빵집인지 알기 어려워 식당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중순 문을 열어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개업한 지 1년 3개월 정도 되는 '젊은 빵집'이다.
 
하루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효빈(35)·최유라(26) 부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남편 김효빈 씨는 빵을 만들고, 부인 최유라 씨는 커피 등 음료를 만들면서 제품 진열, 계산 등을 맡고 있다. 하루 빵집의 로고를 자세히 보니 빨간 직인 모양의 네모틀 안에 '비니, 유라'라고 부부의 이름이 적혀 있다.
 
부부의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가게지만 최근에는 마스코트가 바뀌었다. 생후 5개월 된 아들 '보선'이다. 부부가 하루종일 가게에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들도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아들이 '효자'여서 칭얼대지 않고 비교적 얌전하다고 한다. 결국 세 가족이 함께 가게를 꾸리는 셈이다. 가게를 찾는 단골들도 이제는 보선이를 찾는다. 그가 손님몰이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부부와 아들이 함께하는 가게여서 가족의 따뜻함이 가득하다.
 
하루 매장의 좌측과 앞쪽, 우측 카운터 옆에는 먹음직스러운 빵이 진열돼 있다. 좌측 진열대에는 식감이 부드러운 '소프트 계열'의 파운드케이크, 치아바타, 버터크림 샌드빵이 있다. 중앙에는 하루 식빵, 크랜베리 식빵, 옥수수 식빵 등 식빵이 놓여 있다. 우측에는 '하드계열'의 바게트와 깜빠뉴, 에삐 등이 자리를 잡았다. 곧 종류를 새롭게 바꿔 식빵을 제외한 '소프트계열'의 빵을 빼고 샌드위치와 피자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빵은 매일 새벽에 만들어 당일에만 판매한다고 한다. '하루하루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팔겠다'는 다짐이 하루라는 가게 이름에 녹아 있다. 김 씨는 "4~5개월 전까지만 해도 가게가 잘 알려지지 않아 손님이 많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구운 빵을 버릴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당일에 먹는 빵이 가장 맛있기 때문에 맛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나름의 철학을 지켰다"고 말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빵들 중 김효빈 씨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은 빵은 바게트와 깜빠뉴다. 겉모습만 봐도 지금까지 다른 빵집에서 만난 밝은 갈색의 바게트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황금색, 갈색, 짙은 갈색이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 씨는 "바게트는 세가지 색을 띄고 있어야 맛있는 바게트"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바게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약 10년 전이었다. 대학에서 항공정비를 전공한 김 씨는 일본을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상황에 내몰린 탓에 항공정비의 꿈을 접게 됐다. 그러다 주변에 요리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레 빵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항공정비를 배우러 일본에 갔다가 일본의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게 된 셈이다. 그는 일본의 한 지하철역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제빵에 재미를 들였다.
 
귀국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빵 공부를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유명한 지역 빵집에 들어가 일을 배우며 각 가게의 경험과 실전 기술을 익혔다. 여러 종류의 빵 중에서 그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바게트였다. 다른 빵들보다 발효나 온도, 습도 등의 작은 차이에서 완성도가 달라지는 바게트를 만드는 데 재미를 느낀 것이다. 쉽게 만들 수 없는 빵이어서 더 매력적이었다. 바게트를 구울 때 '타닥타닥'하며 표면이 바삭하게 구워지는 소리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의 양면성에 완전히 매료됐다. 29세 때에는 바게트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무작정 호주로 갔다가 프랑스 제빵사가 운영하는 바게트 전문점에서 일했다. 거기서 프랑스 정통 바게트를 배울 수 있었다.
 


김 씨는 "바게트에는 공기 중의 효모균으로 배양한 천연발효종인 '르방'을 쓴다. 르방과 밀가루, 물, 소금 외에는 다른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르방은 한 번 만들고 버리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밀가루만 더 넣어 르방을 반복 사용한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30~40년 된 르방을 갖고 있다. 르방이 오래 될수록 풍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정통 프랑스 바게트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령'이 있는 게 아니다. 매일 최소 4시간 30분의 발효시간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르방을 정성스레 키워 나가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김 씨의 르방은 이제 8년이 됐다. 프랑스 사람들과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하루를 찾은 고객들로부터는 "먹어 본 바게트 중에 가장 맛있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는 됐다. 하루의 바게트를 한 입 먹어 보았다.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가득했다. 빵의 표면은 바삭바삭하게 씹히는데 속은 부드러웠다.
 
길쭉한 바게트의 '뚱뚱이 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깜빠뉴도 하루의 인기 빵이다. 깜빠뉴는 '장발장이 훔친 빵'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사용 빵이다. 김 씨는 깜빠뉴에 먹물, 치즈, 완두콩, 밤꿀 등을 넣어 다양한 맛을 내고 있다. 또 가장 딱딱한 에삐는 나뭇잎 모양의 빵이다. 베이컨, 치즈 등이 함께 들어 있어 짭쪼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김 씨 부부의 꿈은 한적한 곳에 작은 빵집을 열어 한두 종류의 바게트만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한다. 가게를 연 지 2년도 안 된 젊은 사장의 꿈치고는 너 작은 게 아닌가 싶지만, 바게트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그때 쯤이면 김 씨의 르방도 20~30년이 돼 그가 만드는 바게트의 풍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어져 있을 것이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하루 / 김해시 율하2로11번길 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터넷언론사 등록정보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아00028

제호 : 장유넷

등록년월일 : 2006-06-09

발행년월일 : 2006-06-09

편집인 : 박동현

편집인 : 박동현

사업자등록정보

주소 : (50989) 경상남도 김해시 번화1로84번길 34, 305호(대청동, 네오프라자)

사업자등록번호 : 615-81-44060

상호명 : 주식회사장유넷

TEL : 055-313-9924~5

FAX : 055-313-9922

E-mail : jsinmun@daum.net

웹하드 : 바로가기(jangyunet/3139924)

계좌번호 : 농협 817041-51-002964


Copyright © 2003-2012 by Jangyu.net All Rights Reserved.
* 장유넷의 모든 내용과 포맷의 저작권은 주식회사장유넷에 있으며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Since 1997. 07

40593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