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역, 우체국, 흑백다방, 뽀족집, 장옥거리 등 도심 곳곳 100년 세월 담은 근대 건축물 보존

진해와 군항마을 역사는 물론 희귀 역사 기록물 전시된 진해군항마을역사관 및 테마거리 인기

 

 

진해구 원도심의 중심인 중원로터리 일대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서 근대 문화유산과 역사의 흔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처럼 ‘군항역사길’이 펼쳐진다.

 

특히, 이 일대 근대 건축물들은 전시ㆍ보존된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아직도 지역주민들의 삶 속에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묵묵히 세월을 견뎌내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군항역사길에는 진해군항마을역사관 및 테마거리, 장옥거리, 마크사거리 등과 함께 진해역, 진해우체국, 요항부 병원장 관사, 문화공간 흑백, 수양회관, 영해루(현 원해루), 진해탑 등 100년의 시간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군항역사길을 돌아보기 위한 시작점은 진해군항마을역사관 및 테마거리로 잡으면 좋다. 역사관에는 진해와 군항마을의 역사에서부터 근현대사 관련 희귀기록 등 350여 점이 전시되어 있고, 테마거리에는 근대 건축물과 문화재 등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이 일대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군항마을역사관과 테마거리는 중원로터리 마크사거리 입구에 있다. 2012년 11월에 문을 열었고, 2014년 10월에는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기록사랑마을(국가기록원)로 지정됐다.

 

인근에는 흑백다방, 수양회관, 영해루(현 원해루)가 시선을 끈다. 1912년에 건립된 흑백다방은 1960~70년대 진해 문화의 중심이었다. 화가 유택렬 씨가 1955년에 칼멘다방을 인수해 ‘흑백다방’으로 개명해 2008년까지 운영했다. 지금은 문화공간 흑백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수양회관은 1938년에 건립된 6각 누각이 있는 중국풍의 3층 건물로 ‘뽀족집’이라 불렸다. 독특한 외관과 근대 상업시설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 영해루(현 원해루)는 6ㆍ25전쟁 당시 중공군 포로였던 장철현 씨가 창업한 것으로,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 유명하다.

 

중원로터리를 사이에 두고 역사관 반대편에는 진해우체국과 진해탑, 방공호 등이 위치해 있다. 진해우체국(국가지정사적 제291호)은 1912년에 준공된 1층 목조건물로 러시아풍 근대건축 양식을 띠고 있다. 제황산공원 정상에 위치한 진해탑은 1967년 우리 해군의 위용을 상징하기 위해 세웠다. 원래는 1927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전승기념탑을 세웠으나 광복과 함께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진해탑을 건립한 것이다.

 

제황산공원을 내려와 태평사거리 쪽으로 조금 걸으면 장옥거리와 진해 요항부 병원장 관사도 볼 수 있다. 장옥거리는 일제강점기 때 건립된 것으로 일본식 건물 형태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요항부 병원장 관사(등록문화재 제193호)는 1938년에 건립된 목조주택으로, 지금은 대중음식점(곰탕)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원로터리에는 김구선생이 1946년 진해에 와 남긴 친필 시비가 서 있다. ‘誓海魚龍動 盟山艸木知(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바다에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움직이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북원로터리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있다. 6ㆍ25전쟁 중인 1952년에 건립됐다. 인근에 진해역(등록문화제 제192호)도 빼놓지 말고 둘러보면 좋다. 1926년에 건립된 것으로 당시 전형적인 간이역사의 형식과 규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